CPSpeed Entertainment

51 홋카이도의 겨울 (Snowy Bathtime) 본문

단편식 자작 소설/정규 자작 소설

51 홋카이도의 겨울 (Snowy Bathtime)

CPSpeed 2026. 1. 14. 12:00

2022년 12월, 홋카이도의 눈은 섬세하고 무자비하게 내렸다. 삿포로에서 나고 자란 아오이(葵)는 스물아홉의 겨울, 평소 같으면 일에 파묻혀 지냈을 시기를 털어내고 홀로 마루코마 온천 여관을 찾았다. 호수 기슭에 자리한 노천탕은 시코쓰호(支笏湖)의 수위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저녁을 먹고 유카타를 걸친 채, 아오이는 눈 덮인 통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고, 주위는 묵직한 정적에 갇혀 있었다. 온천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지고 달빛이 희미하게 눈밭을 비추고 있었다. 실내탕을 지나 돌로 만든 노천탕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피부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발밑의 따뜻한 물이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하아..."

아오이는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온천수는 미지근한 포옹처럼 온몸을 감쌌고, 물 위로는 희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마치 얇은 장막처럼 주위를 둘러쌌다. 눈앞에 펼쳐진 시코쓰호는 검푸른 색이었지만, 주변의 소나무와 돌에 쌓인 하얀 눈 때문에 그 풍경은 현실이 아닌 수묵화처럼 고요했다.

탕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오이는 눈을 감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았구나.' 직장, 가족, 그리고 늘 다른 이들을 신경 써야 하는 일본 사회의 시선들. 물속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런 짐들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고요함 속에서, 멀리서 아주 작고 은은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유리 조각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 고개를 돌리니, 온천탕 가장자리의 바위에 쌓인 눈 위로 두 마리의 작은 여우가 꼬리를 흔들며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 눈 속에 붉은색 털이 선명했다. 온천 김 때문에 아오이가 탕 안에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여우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위틈새를 살피더니, 이내 서로 장난치듯 짧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오이는 숨을 죽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 고요하고 신성한 공간을 깨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여우 한 마리가 물 냄새를 맡으려는 듯 온천 쪽으로 코를 킁킁거렸고, 그 순간 아오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우는 놀란 듯 잽싸게 멈칫하더니, 뒤따라오던 다른 여우와 함께 휙 몸을 돌려 눈밭 너머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든 것이 짧은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오이는 다시 온천수에 몸을 기댔다. 여우들의 작은 발자국만 남은 눈밭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충만함을 느꼈다. 홋카이도 현지인인 그녀조차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완전히 자연의 영역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괜찮아. 혼자여도 괜찮아. 난 혼자가 아니었어.'

그 겨울밤, 온천수는 차가운 세상을 녹여냈고, 아오이는 그 속에 자신의 뿌리와 다시 연결된 것 같은 따뜻한 평화를 얻었다.

여러분, 52편에서 다시 만나요! 안녕~